북한산 설경, 눈꽃산행 - 구기계곡 비봉 향로봉 사모바위 등산코스

 

광화문에서 비봉·향로봉을 지나 기자능선까지, 눈꽃이 선물처럼 내려앉은 하루

옛 앨범을 넘기다 보면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찍은 오래된 사진 한 장에 문득 발길이 멈춰질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사진 속 풍경보다 그때의 공기와 마음이 먼저 떠오르곤 하지요.
 
지난 토요일,
눈 소식이 있어 다음 날 산행을 앞두고 은근히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어제 내리던 눈이 모두 녹아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늘은 눈산은 아니겠구나…” 괜히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조금은 실망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감기 몸살로 등산을 못 갔습니다.

몸이 먼저 나서지 않으니 마음도 자꾸 움츠러들더군요.

그래도 지난주 만큼은 꼭 산에 가야겠다는 다짐 하나로 집을 나섰습니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5호선 광화문역에 내렸는데, 경복궁 뒤편 북한산 자락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능선이… 하얗게 덮여 있더군요.

세종대왕 동상

** 북한산 비봉 가는길 **
저는 오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출구에서, 버스 7212를 타고 이북오도청으로 향했습니다.

눈쌓인 산길

 
🌨 구기계곡, 눈꽃이 터지다

이북오도청에서 내려 구기계곡으로 접어드는 순간,  말 그대로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계곡 전체가 눈꽃으로 만발해 있었고,
나무마다 하얀 꽃을 피운 듯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우리 일행은 물론이고,
등산객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되더군요.
 

 
얼마전 전 산악회 특별산행 태백산 설경 사진을 보고 “언제 저런 산을 다시 볼까” 부러워했는데,
그 비경을 서울 북한산에서 그대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멋진 설경을
선배님들께 함께 보여드릴 수 있어 이 점 또한 참으로 행복합니다.
 

  
좋은 풍경은
혼자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나누고 나면 기쁨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면 그 풍경에 그대로 빠져들게 됩니다.

힘들었던 걸음도, 잡생각도 그 앞에서는 잠시 잊게 됩니다.

 

 

 
억지로 꾸민 풍경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낸 장면이라 더 환상적입니다.

그 앞에서는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지고,
“참 잘 왔다”는 말이 마음속에서 먼저 나옵니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가지마다 맺힌 눈꽃이 그 아래에서 고요히 빛납니다.

둘이 어우러진 모습이 말 그대로 장관 이었습니다.

이런 순간을 만날 때마다 산에 오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어디를 봐도 눈꽃이고,
어디를 돌아봐도 그림이라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오늘의 분위기는 예전의 제가 보았던 그 눈설경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달랐습니다.

풍경이 더 깊었고, 색감이 더 또렷했으며,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울림이 컸습니다.
 

 
사진을 남기기보다
눈과 마음에 먼저 담고 싶었던 순간 이었습니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사모바위 헬기장에 도착해 있더군요.

산에서는 가끔 이렇게, 시간이 슬쩍 사라지는 순간을 만납니다.
 


🏔 비봉·사모바위, 그리고 향로봉 능선의 신세계

비봉으로 오르는 내내
“혹시 정상 쪽은 다 녹아버린 건 아닐까”
괜한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그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비봉 능선 전체가 눈꽃 세상.
근 2년 만에 보는 제대로 된 설경이었습니다.
정말 표현 그대로 신세계였습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사모바위에 인근에 서서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보며 경치를 감상합니다.

 

 
이럴 때면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보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정상에 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두 눈꽃을 피워서인지 평소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런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연신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하고 조르게 되고,

또 제가 찍어주기도 하며 서로 웃으며 그 순간을 나눕니다.

 
사모바위에 올라
이곳에서의 흔적을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이 바위에 서면 누구나 한 번쯤은 “왜 이름이 사모바위일까?” 하고 궁금해집니다.
 

사모바위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바위는 임금을 그리워하던 신하가 멀리 궁궐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날마다 마음을 올렸다는 데서 **‘사모(思慕)’**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높은 바위에 올라 등산스틱으로는 장난스럽게 화살을 만들어 쏘는 흉내도 내봅니다.

 
잠깐의 웃음이 오가는 사이,
긴장도 풀리고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산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북한산 풍경

 
향로봉으로 향하기 전,
마당바위에 잠시 서서 주변 전경을 한 번 더 둘러봅니다.
 

북한산 설경 동영상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해
방풍 외투를 단단히 챙겨 입고, 하산길의 안전을 생각해 아이젠도 미리 착용합니다.
 

 
눈이 두껍게 쌓인 꼭대기 바위에도 조심스레 한 번 올라가 봅니다.

하지만 칼바람이 계속 불고,
아이젠을 착용했어도 발밑은 생각보다 많이 미끄럽습니다.

 
그래서 오래 머물지 않고 대충 흉내만 내고
이내 내려옵니다.

 
조심 조심 올라 향로봉 정상에 서니
어느새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합니다.

산과 맞닿을 듯 낮아진 하늘 아래에서 구름 사이로 해살이 비치고, 석양이 능선을 물들입니다.
 

 
하산길에서 만난 이 풍경이
오늘 산행의 마지막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향로봉

 찬바람 속에서도
풍경 하나만으로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백운대 방향을 바라보니
순백으로 덮인 능선 위로 석양과 구름이 겹겹이 어우러집니다.

 
지금 다시 사진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제가 느꼈던 오늘의 감동 중 겨우 10퍼센트 정도만 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나머지는 사진이 아니라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까요.


높은 바위에 올라
구름이 흘러가는 쪽을 가리키며 괜히 손짓도 한 번 해봅니다.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참 자유로웠습니다.

 
이제 하산길의 마지막,
대머리바위에 도착했습니다.

바위 위에 나무 한 그루 없이 둥글고 매끈하게 드러난 모습이 이름 그대로의 인상을 줍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바위는 예부터 흙과 나무가 뿌리내리지 못해 늘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모습이 사람의 대머리를 닮았다 하여
자연스럽게 대머리바위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서면
괜히 웃음도 나고,
오늘 하루 산행을 다녀온 마음이 한결 가볍게 정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입니다.

날씨에도 감사하고,
이런 풍경을 허락해준 산신령님께도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 마무리하며

산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만나는 풍경은 매번 다릅니다.

그래서 산행은 늘 새롭고, 늘 배움이 있습니다.
 


🌿 오늘의 이 눈꽃처럼

읽으시는 분들 마음에도
하얀 설경 하나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산행도,
또 이렇게 기록해 보겠습니다.
 
늘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음악 듣기는 자유입니다.
설경 감상하며 듣기 딱 좋은 곡이라 올려 봅니다.


눈의꽃 / 박효신
https://youtu.be/isUdfdszLXs?si=V8Ac45-GhYj7H6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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